"어느날 갑자기 눈을 떠보니 습진이 생겼다"

많은 환자들이 원인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늘 하곤 하는 대답이다.

한방피부과 환자들을 대하다 보면 환자들이 몸에 나타난 조그마한 변화에 민감해 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특히나 희귀하고 잘 들어보지 못한 피부질환에 이환 된 환자일수록 강한 질병에 대한 집착을 나타낸다. 더욱이 환자 서로간의 강한 카르텔을 형성하여 마치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처럼 질병을 무력화시키고자 애태우며 노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병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고 뚜렷한 치료방법을 알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외로움과 괴로움이 자기방어를 강하게 하고 공격적이 되어 다른 방식으로 강렬한 본능표출을 하는 것이라 이해된다.

대부분의 경우 무관심에서 시작해서 놀라움, 걱정과 근심으로 이어지고 분노와 격렬한 자기부정이 찾아온다. 이후 좌절과 무관심이 반복되다 자신을 추스르게 되고 하나하나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듯이 차분히 일관된 치료에 전념하게 된다.

이러한 시간은 환자에 따라 짧거나 길게 나타난다.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들은 그래도 참을성과 인내심이 많지만 젊은 층에서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가려움이 주된 증상이다 보니 왠 만한 인내심으로 참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우리의 에너지는 내부의 욕망이나 감정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감정의 지속적인 혼란은 종종 편집광적 상태를 초래하여 가족이나 사회에서도 문제나 갈등을 빈번히 일으키기도 한다.

되돌아 보면 아주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조심했다면 초기에 치료가 가능했을 화폐상습진은 자기자신이 키운 것이다. 심하게는 이런 경우도 있다. 환자 중 파주에서 화폐상습진으로 치료받으러 오시는 70세 여자 환자분은 어느 날 종아리에 뭔가 부스럼이 생기고 가려워 아토피에 걸린 손자가 효험을 본 근처 온천에 다니며 물을 끼얹고 매일 같이 온천수로 환부를 덮어두고 닦기를 반복했다고 하신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점점 더 진물이 나고 가렵고 다른 부위로 퍼져만 갔다고 하셨다. 절대로 물을 가까이 하지 말고 가볍게 씻기만 하시라고 하였더니 그것만으로도 진물이 흐르는 것은 멈추게 할 수 있었다.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병식(병에 걸렸다는 인식)과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화폐상 습진을 비롯한 만성적인 피부질환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진흙구덩이에 빠져 몸부림치는 것은 옷만 더 버리는 꼴이 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신뢰할 수 있는 전문의료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더딘 듯 하지만 가장 빠른 길이다.

도움말: 보명한의원 이경엽원장

2008.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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