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세라토의 1500cc VGT 커먼레일 디젤엔진
경유 승용차는 얼마나 경제적일까?
디젤엔진은 연비가 높고 경유의 가격이 싸기 때문에 막연히 경제적일 것이라고 추측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차량의 가격이 휘발유(가솔린)엔진 모델에 비해 15%정도 비싸 주행거리가 많지 않거나 차량 보유기간이 짧을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디젤엔진 승용차는 지난해 소형부터 출시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준중형에 이어 중형까지 라인업을 갖춰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판매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일단 차량 가격이 비싸고 디젤엔진 승용차를 타본 적이 없어 유지관리가 왠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오래전부터 대형세단에도 디젤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폭스바겐 페이튼 등이 그것이다. 최고 클래스에도 디젤엔진이 적용된다는 것은 디젤엔진의 단점인 소음 진동 매연이 상당부분 해결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유럽은 경유 승용차의 비율이 전체 승용차의 30~40%에 이른다.
한국은 세제상의 문제와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승용차에 디젤엔진을 금지해오다 2005년에야 규제를 풀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프라이드 베르나 아반떼XD 등 소형과 준중형 디젤모델이 선을 보였으며 올해 1월 5일부터 중형인 쏘나타에 디젤엔진이 추가되면서 선택의 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에 디젤 승용차를 팔지 않았을 뿐 몇년 전부터 유럽지역에 아반떼XD와 엑센트 디젤모델을 수출해왔기 때문에 기술적인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디젤 승용차의 경제학▼
디젤엔진 승용차 구입의 첫 번째 걸림돌은 가격이다. 같은 등급의 가솔린엔진에 비해 250만~350만원이나 비싸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베르나와 아반떼XD는 240만원, 쏘나타는 320만원 정도 높다. 쏘나타Ⅲ 중고자동차 한 대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아무리 연비가 좋아도 이 정도 가치가 있을까. 쏘나타 디젤의 연비는 수동 17.1㎞/L, 자동 13.4㎞/L에 이른다. 2000cc 가솔린 모델이 수동 12.1㎞/L, 자동10.7㎞/L이어서 자동은 25%, 수동은 41%나 연비가 높다. 게다가 경유는 휘발유보다 20% 가격이 싸기 때문에 디젤모델은 가솔린모델과 같은 거리를 주행했을 때 실질적인 연료비는 자동 30%, 수동 49%가 절감되는 셈이다. 물론 이것은 계산상이어서 효과는 이보다 약간 낮거나 높을 수 있다.  쏘나타 2000cc 가솔린엔진 자동변속기의 실제 대도시 도로주행 연비는 7㎞/L정도여서 1년에 2만㎞를 주행할 경우 2857리터의 휘발유를 소모한다. 휘발유가 리터당 1500원 정도니까 428만원을 연료비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디젤모델은 위의 계산법을 적용하면 연료비가 300만원이어서 128만원이 절약된다. 1년에 2만㎞를 탄다고 할 때 3년 정도 타면 차액을 뽑을 수 있고 연간 주행거리가 1만㎞에 불과하다면 6년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디젤은 중고차로 팔 때 가솔린모델보다 50만~100만원 정도 더 받을 것을 감안한다면 회수기간은 이보다 약간 짧아질 수 있다.
하지만 2007년에는 경유가격이 휘발유대비 85%로 인상되고, 장기적으로 1:1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회비용의 회수기간은 조금씩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 등 상당수 국가는 이미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이 거의 같다. 세계적으로도 디젤의 소비는 늘고 휘발유는 줄고 있는 추세다.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볼 때 디젤엔진 승용차는 연간 주행거리가 3만㎞를 넘고 차량을 5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운전자들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특히 매년 4만~5만㎞ 이상 주행하는 오너에게 디젤은귀인(貴人)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주행거리가 적고 차량교체 주기가 짧은 사람들은 디젤엔진으로 인한 경제적인 이득 대신 소음과 진동 등으로 인한 승차감 저하만 얻을 뿐이다.
▼Good and Bad▼
아직 쏘나타 디젤모델을 타보지 못해서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다른 디젤엔진 승용차를 시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하면 트럭처럼 소음과 진동이 크지는 않다. 특히 80~120㎞로 정속주행을 할 때는 가솔린엔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승차감에 예민한 사람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 더구나 차령이 높아질수록 가솔린모델과의 NVH(Noise-Vibration-Harshness)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아무리 정숙하게 나온 디젤승용차라도 정차시나 저속운행 또는 고갯길을 올라갈 때는 디젤엔진 특유의 ‘달달’거리는 소리와 진동이 느껴진다. 가속을 할 때도 가솔린엔진보다는 확실히 우렁찬 소리를 들려준다. 또 차 밖에서 들리는 엔진소리는 승합차와 비슷하고 시간이 갈수록 소음과 진동은 커져서 3년 6만㎞정도 지나면 제법 신경이 쓰일 가능성도 있다.
일상적인 주행성능은 디젤엔진이 오히려 가솔린엔진보다 뛰어난 면이 많다. 쏘나타의 경우 디젤과 가솔린의 출력차이는 143:144마력으로 사실상 같지만 최대토크는 디젤이 32kgm(1800~2500rpm)인 반면 가솔린은 19.1kgm(4250rpm)이다. 무려 62%나 디젤의 토크가 높다. 또 최대토크가 1800rpm부터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저속운전에서 힘이 넘쳐난다. 디젤모델은 시내운전에서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모델보다 시원시원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디젤엔진은 rpm을 높이면 가솔린엔진처럼 쭉쭉 뻗어나가는 맛은 없고 뒤끝이 밋밋하다. 또 rpm의 상승감이 매끄럽지 못하고 주행감각도 가솔린엔진에 비해서는 거칠게 마련이다. 운전을 할 때 가속감은 좋지만 전반적인 운전의 질감은 조금 떨어진다는 뜻이다. 자동차에 대해 까다로운 사람들에게는 큰 결격사유다.
디젤과 가솔린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운전자가 스스로 성향을 잘 분석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승차감에 너무 예민하지 않고 경제성을 가장 중시하는 운전자는 디젤 승용차를 구입한 뒤 매달 신용카드 명세표를 받을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 
Home > 라이프 >자동차
